가정집인양 보이는 작업실은 작은 정원과 커다란 골든 리트리버를 지나야 들어갈 수 있었다. 
인사를 드리고 건네 받은 명함은 의외로 썰렁했다. 
으레 있어야 할 곳에 뭔가가 없는 듯한 느낌. 
직업이며 직함이며 혹은 강토나 성찬이의 얼굴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달랑.  아니 떡 하니 이름 석자만 있다. 
허. 영. 만.

그렇다. 
그는 이름 석자만으로도 대한민국 어디에서건 통할 수 있는 만화가 허영만이다.
물론 이름 앞에 뭔가를 넣지 않은 것은 그냥 쑥쓰럽기도 하고 명함만들어 주는 집에서 해주는 대로 받았다는 허영만 선생님의 설명이 있긴 했지만 굳이 넣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나의 추측으로 밀어 붙이기로 했다.

창작의 고통에 못 이겨 구겨진 원고와 습작 노트들이 널부러져 있을 것만 같았는데 오히려 정리가 잘 된 작업실 만으로도 그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었다.  보통 12시에서 1시 사이에 잠자리에 들어 4시가 되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아침 나절을 온전히 일한 다음 점심 식사 후 달콤한 낮잠 시간을 꼭 갖는다. 
그리고 난 후의 오후 시간을 일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거나 여러 가지 볼 일들을 보면서 보낸단다.

당연하죠. 
11시까지 들어가려면 10시에는 자리를 떠야하는 건데…
대학생일 때. 윽.따님만 있으신 건 아니죠?

아들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자 정말 진지한 듯이 여자 없냐고 물어오신다. 
그래서 유부가 대신 확인 해 본바 외모까지 갖춘 재자이다.  허영만 선생님이 바라는 며느리감은 건강하고 밝고 명랑한 아가씨.  (아~ 유부도 해당사항 되는데 아쉽다.  벌써 강을 건너온 몸이라. ㅋㅋ) 
혹 관심있으신 분들은 허영만 선생님 작업실로 연락을 주시거나 유부에게 다리를 놓아 달라고 부탁을 하셔도 될 듯.

다시 만화 이야기로 돌아 오자면 그는 수많은 대작을 만들어낸 만화가답지 않게 워크홀릭도 아니고 그렇다고 문하생들에게 다 맡기고 노세 노세를 외치는 한량도 아니다.  다만 일할 땐 리듬을 타서 열심히 일하고, 놀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것뿐이란다.  그래서 진행 중인 작품과 관련이 없더라도 자료수집엔 늘 열심인데 그의 서재엔 산에 관한 화보와 책들로 가득했다.

다음은 산에 관한 이야기를 쓰실 건가요?  산에 대한 책이 참 많네요.

나는 자료를 항상 총알이라고 표현하는데 전쟁이 난 후에 총알을 만들려면 이미 늦은거거든.  그래서 어디를 가든지 항상 책을 많이 사 오고 자료도 많이 모으지.

그럼 식당 주인들이 참 고마워하고 반가워할 것 같은데, 계산은 하시는 건가요?

하하하~

다음 작품은 뭘로 생각하고 계세요?

벌써 기대가 된다. 
관상 하나로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하는 교과서가 될지.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된 그와의 인터뷰로 유부들은 참으로 대가를 만났구나 하는 긴장감과 함께 직업에 대한 프로 정신도 함께 배우게 됐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하나 나무랄 것이 없는 사람.  바로 허영만이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유부의 인사에. 
    실은 아나운서국 허일후군의 집안 숙부이시다. 
    정말 좋은 숙부님을 두셨어.

    노는 것과 쉬는 것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다 쉬는 건 정말 집에서 ‘쉬기만’ 하는 것이고
    노는 것은 능력이 돼서 열심히 다니며 놀다보니 힘들다며.

    한 동생이 ‘형은 못 하는 게 없어.  야구에 등산, 골프 등등 못하는게 어디있어?’라는 말에
    새로운 도전 의지를 내보이며.

     유부가 작업실을 좀 둘러보며 사진을 찍어도 괜찮겠냐는 말에.

     방송 출연은 많이 안 하시냐는 유부의 질문에 편안한 삶을 살고 싶으시다며.

     영어로 하면 이름이 youngman인데 한 외국인이 왜 young하지 않냐는 대담한 질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