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나라에서는 비만과 음식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어떤 나라는 아이들이 뼈만 남은 모습으로 고통 속에 죽어가는 걸까?

왜 부자나라가 남아도는 음식과 물품을 가난한 나라에 갖다주지 않고 불태워 없애는 걸까?

국제기구는 남는 음식을 옮겨주는 일만 해도 기아를 해소할 수 있는게 아닌가? 왜 충분히 돕지 못하는가?

왜 힘 있는 나라가 가난한 나라의 내분을 막지 못하는 걸까?

이 책은 不條理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 질문에 현실적인 답을 제시한다.

가끔 TV나 책자에 등장하는 기아로 죽어가는 아프리카의 참상이 ‘불쌍하네’라는
가벼운 감상으로 끝날 뿐 더 이상 충격이나 감흥을 주지 못하는 일상적 풍경이 되어버린 지금.

세계가 은근히 외면하는 불편한 진실들을 주저없이 도마에 올리는 작가는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장 지글러 교수다.

부자들이 버린 쓰레기로 연명하며 온갖 질병과 싸우다 죽어가는 사람들,
난민캠프에서 하는 일이란 한정된 식량을 유용하게 쓰기 위해 살 가능성이 있는 자를 냉정하게 골라내는 일,
소는 배불리 먹는데 사람은 굶어죽는 실상, 비타민 A부족만으로도 실명하고 있는 사람들, 전쟁과 정치적 무질서로 구호조치가 무색해지는 현실, 사막화와 삼림파괴의 영향, 도시화와 식민지 정책의 그림자, 특히 불평등을 부채질 하는 금융과두지배 등 기아의 실태와 배후 요인들을 아들과의 대화 형식으로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더불어 토마스 상카라와 아옌데의 이야기를 통해,
기아 퇴치를 위해 개혁을 감행한 가난한 나라를 방해하여 주저앉히는 강국들의 실체도 폭로한다.

스스로 배를 채울 수 있는 이웃국가보다는 고분고분 말을 잘 듣고 자국의 배를 불려주는 가난뱅이를 원하는 강국들의 실체를 볼 수 있다.

더불어 이를 외면하는 국제사회의 불합리한 정치. 경제적 질서를 꼬집으며 이런 불합리하고 살인적인 세계질서는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지글러 교수의 다소 왼쪽으로 치우친 사상적 배경을 느낄 수 있지만 그의 입을 통해 우리는학교에서도 언론에서도 입에 올리지 않는 <진실>과 마주한다.

그렇다면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그는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변화에 있다’고 말한다.

다이어트 열풍 속에 있는 우리가 지구 반대편에서 굶주리며 죽어가는 그들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나마 새롭게 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