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내게 좋은 얘깃거리를 안겨준 '밝히리'의 주인공 이성배 아나운서. 그가 오늘 또 기특한 일을 하나 했다. 엊그제 무심히 노래를
듣고 있는데 번개처럼 뇌리를 걷어차는 가사가 있더라는 거다. 제목은 '사랑한 후에', 가수는 박효신, 그의 '뇌리를 걷어 찬' 구절은
'...동그마니...'였더란다. 거기서 그치면 '아무 일'도 없었을 지 모른다. 이제 큰일도 이어질 거다. 내게 한마디 건넨 게 '우리말일기'로
남았으니까. 앞으로 나는 물론 이성배 아나운서도 그 말을 밝혀 쓸터이니까. 박효신의 '사랑한 후에'가 인기를 끌어 널리 불렸으면 좋겠다.
 <박효신 음반 표지>
'사랑한 후에' 1절 첫 대목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의 기억 어딘가에 동그마니 숨어있다....' 동.그.마.니. 여러분께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눈을 감고 곱씹어 보시기 바란다. 동그마니~
사전에 오른 '동그마니'의 쓰임은 다음과 같다.
어머니께서 마루에 동그맣게 앉아 계셨다. 그 집은 너무 동그매서 오히려 쓸쓸해 보였다. 넓은 탁자에 술병 하나가 동그마니
놓여 있었다.
이제 '동그마니'가 어떤 때 쓰는 말인지 또렷하게 드러나지 않는가. 그렇다. 외따로 오뚝하다 는 뜻의 형용사가 '동그마니'이다.
왠지 쓸쓸한 느낌이 나는 낱말이다. 사진 속 가수도 그래서 쓸쓸해 보인다. 오호, 가을남자~
[20090928150646].jpg) <어딘가에 '동그마니' 서있는
박효신>
끝으로 '하려하지 않았던' 얘기 털어놓고 오늘 일기 마무리하자. 이성배 아나운서와 '무엇보다 작사가를 칭찬해야한다', '예쁜
우리말 살려쓰는 노래이니 팍팍 밀어줘야겠다(말로는 무엇을 못할까...)' 따위의 말을 주고 받다가 분위기 가라앉힌 내 한마디. '근데, 박효신,
옛날 가수지, 마흔 넘었을 걸?'. 나는 박효신을 신효범이라 생각했던 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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