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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눌은밥,숭늉 |
2008.0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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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점심을 먹었습니다. 늘 먹는 점심. 찌개와 밥과 반찬. 단골집이니 '서비스'로 계란말이도 나왔지요. 잘 먹었습니다. 자리 함께한 이는
엠비시 우리말 전문위원과 아나운서였습니다. 밥상은 같은 밥상인데, 밥상머리에서 나눈 얘기는 '우리말쟁이'들 다왔습니다.
눌은밥과 누룽지, 숭늉. 동석한 이들에게 차이가 뭘까 물었지요. 누룽지는 누룽지, 누룽지 끓인 건 누른밥', 누룽지 끓인 물은 숭늉이다. 삼심대
중반의 전문위원(국어학 박사입니다) 한 명이 답했습니다. 맞지요. 제 생각과 같았습니다. 눌은밥을 '누른밥'으로 한 게 걸리긴 했습니다.
식당에서 바로 확인했지요. 휴대폰의 사전기능을 이용했습니다. 답은 눌은밥. 국어학 박사가 눌은밥을 '누른밥'으로 알고 있을만 했습니다.
어원의식이 희박해져서, 형태를 인정하지만, 표기는 그래도.... 이렇게 미주알고주알 눌은밥 앞에 놓고 전문가다운(?) 토론도
했습니다.
눌은밥과 누룽지를 구별하지 않는(못하는) 사람이 많아진 건 세태 탓입니다. '가마솥에 누룽지 박박 긁어'먹던
시대는 보릿고개 시절쯤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집에서 아궁이가 사라지고 부엌 대신 주방이 자리잡으며 솥뚜겅은 제 몫이 아닌 딴 노릇을 하고
있지요. 솥뚜껑의 역할이 이럴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이십년전엔 없었을 겁니다.

'솥뚜껑 삼겹살'. 뚜껑이 아니라 불판 노릇을 하고 있는 무쇠
솥, 가마솥 뚜껑. 제 몸 데워 고기 구워주네요. 옛날 웬만한 집에선 양은 솥을 썼지요. 저희집도 이런 솥을 썼습니다. 빨래 삼는 데도 솥을
썼지요, 아마. 양은 솥입니다.

전기밥솥에 밥을 하니 밥이 누를 일이 없어졌고 밥 누를 일 없으니
누룽지 먹을 일 또한 없어졌었지요. 그리고 한참 뒤, 일부러 밥을 눋게해 누룽지를 만들어 먹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 밥은 눌는게 아니라 눋는
겁니다. 밥이 눋다, 이렇게 써야 맞는다는 거지요.
정리합니다. 앞으로 식당에 가서 숭늉과 함께 나오는 눌은밥을
누룽지라고 하면 바로잡아 주십시오. 누룽지는 밥이 눌어서 꾸덕꾸덕하거나 딱딱한 걸 이르는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어제 점심때 들른 찻집에서
누룽지도 얻어 먹었네요. 어제 점심때는 누룽지를, 오늘 점심때는 눌음밥에 숭늉을 곁들였습니다. 전기밥솥에 밥 지을 때 나는 '밥 냄새'보다
부엌에서 솔솔 풍겨나던 밥 눋는 냄새가 저는 더 좋습니다. 양은밥솥 바닥이 닳아 구멍 나면 땜질해 쓰던 그때, 그때가 그립기도 하네요.
추억할거리가 많아진 걸 보니 나이가 들긴 든 모양입니다. 끝.
덧붙임 : 양은밥솥 사진은 cafe.naver.com/tvpet/57790 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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