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영화 '주홍글씨'. 아, 이은주.... |
2006.01.14 |
 |
|
나는 이은주란 영화배우를 잘 몰랐다. 영화 '주홍글씨'의 자동차 트렁크 장면, 롱테이크 화면에서 열연한 배우 정도로 남아있다.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이은주가 나온 화면을 수없이 보면서도 - '숟가락은 ㄷ받침인데 젓가락은 왜 ㅅ 받침?'했던 대사를 '우리말나들이'소재로 쓴 적이 있다 - 그 배우가 이은주인 걸 몰랐다. 이은주에 '무심'했던 내게,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이은주는 '삶의 뜻'을 곱씹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서론이 거창했다.
이은주의 정신세계, 작품활동, 영화의 이미지를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그냥 '우리말'얘기를 하려한다. 그래, 영화 속 장면과 대사로 '우리말나들이'에 신선한 소재를 건네준 이은주 얘기, 그게 아니다. 그냥 우리말얘기임을 거듭 밝힌다. 치암, 싱겁기는....
'국어 현실 개선을 위해 언론계가 할 일'이란 장문의 자료를 받았다. 한 대학의 '의사소통능력 개발 센터장' 최시한이 쓴 글이다. 글 내용의 경중을 떠나 눈에 띈 보기 몇개만 되짚으려 한다. 그래, 그 '보기' 중에 '주홍글씨'가 나온다.
미국 소설 The Scarlet Letter는 '주홍글씨'가 아닌 '주홍글자'가 되어야 한다, 이런 주장으로 그 원고는 시작한다. letter는 글씨가 아닌 글자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 일리 있는 말이다. 영어사전을 뒤적여봤다. letter의 풀이 중에 '글씨'도 있긴하다. 딱 들어맞는 번역(표현)이 '글자'인지, 미국소설 전공의 영문학자가 아닌 나는 뭐라 토를 달기 어렵다. 인터넷으로 서점에 깔린 번역책을 찾아봤다. 오십권에 가까운 번역서의 사십여권이 '주홍글씨' 제목을 달고 있다. '주홍글자'는 딱 두 권. 미국소설을 전공한 내 출신대학의 교수 번역판도 '주홍글씨'였다. '주홍글씨'가 아니라 '주홍글자'라 해야 옳다. 이 주장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발레 악극 호두까기 인형을 호두까개 인형으로 바로잡는 것은 발레의 예술성을 높이는 일....'
이런 얘기도 나온다. '호두까기'와 '호두까개'라, 차이가 뭘까 잠깐 생각했다. 맞다, '연필깎이'처럼 깎아 내는 것은 '깎이'고 껍데기를 까내는 것은 '까개'가 바른 조어다. '호두깎이 인형'이란 제목을 본 적이 있다. 발음하면 [호두까끼 인형]이다. '-깎이', 이건 확실히 아니란 생각을 한 바 있는 내게도 '까개'는 낯선 말이다. 조어의 타당성을 떠나 그렇다. 그래도 '호두까개'의 주장은 납득할만하다. Suite를 '조곡'이 아닌 '모음곡'으로 하는 요즘 경향을 보면 그렇다. 오페라 '춘희'도 일본 번역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이기에 원제목 '라 트라비아타'를 내세우는 공연이 많아진 걸 보면 더 그렇다. 수긍과 반론,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국어 현실 개선을 위해 언론계가 할 일'을 조목조목 짚어준 최시한의 글이 '문제투성이'란 얘기는 절대 아니다. 여러 보기 중에 딱 한두개를 꼬집어 '일반적이지 않다'는 큰 목소리로 폄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최시한의 문제 제기와 검토, 제안은 무심히 지나쳤던 현상, 우리 현실의 문제점을 꼼꼼히 짚어본 좋은 글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따로 짚어보려한다.
덧붙임 : '판단은 여러분 몫'이라 떠넘기니 비겁하다. 내 판단이 궁금하실 법 하다. 내 뜻은? 다음에 '원칙'으로 밝히려 한다. 여전히 나는, 비.겁.하.다....?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