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 잡다한 것이 한데 뒤섞인 것’

좀 더 정확한 뜻을 알기 위해 사전을 뒤적이니 첫 번째 뜻으로 이렇게 적혀있다.

그러고 보면 수많은 인간 관계와 상황들의 얽히고 설킴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자체가 ‘잡동사니’가 아닐까.

 사람들은 ‘잡동사니’하면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인지 무언가 너저분한 느낌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하긴 이것 저것들이 뒤엉켜 있으니 그런 느낌을 받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그 잡동사니들을 잘 살펴보면 그 속엔 보석처럼 빛나는 것들이 꼭꼭 숨어있기 마련이다.

 어린 시절 내겐 금속으로 만든 조그만 가방 하나가 있었다. 약품 상자처럼 생긴 가방 겉에는 SF 만화들이 그려져 있었고 그 가방 안에는 내가 무언가 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때부터 모아온 다양한 것들, 그러니까 ‘잡동사니’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예를 들면 다양한 모양의 자석, 미니카, 프라모델 군인, 구슬, 딱지, 풍선껌을 사면 그 속에 들어있던 껌 크기의 만화책, 노란 고무줄, 검은 고무줄, 요요, 못난이 인형 등등... 지금 생각해보면 그 상자는 정말 잡동사니만 품고 있던 가방이었지만 어린 시절 그 가방은 내겐 보물 상자였고 그 속엔 어는 누구의 보석과도 바꿀 수 없었던 나만의 보석들이 꼭꼭 숨어 있었다. 누가 보면 너저분한 것 투성이를 왜 그리 애지중지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아마 그 가방 속엔 어린 시절 나의 추억들이 그득하게 담겨 있었기 때문일 거다.

 이제 시간이 꽤나 흐르고 그 가방은 내게 없지만 오히려 그 때보다 더 많은 잡동사니들이 내 주위에는 널려있다. 그 잡동사니들은 어린 시절 딱지나 구슬 같은 물건처럼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들이기 보다는 내가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수많은 상황들에 대한 감정과 잠시 나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다녀온 여행이거나 매일 즐겨 듣는 음악이거나 아니면 허기진 배에 살아가는 맛을 전하기 위해 먹게 되는 음식들이거나 눈물 뚝뚝 흘리며 보았던 영화일 수도 있고 어쩌면 거리에서 우연히 지나쳐 버린 그 누구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잡동사니로 가득 채워진 내 가방을 열고 살며시 미소 짓는다. 그 가방 속에 나만의 보석이 반짝 반짝 빛나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가방은 어린 시절 가지고 있던 금속 가방이 아니다.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나의 생활’이라는 가방이다.

  이제 가끔씩 이곳에서 나의 잡동사니 가방을 열어보려 한다. 누군가 내 잡동사니들을 보고 함께 즐거워 할 수 있다면 나의 잡동사니 가방 열기는 훨씬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