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컴퓨터가 요 며칠동안 정신 못차리고 있었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했지요. '철수네집','하울이네집'에서 만든 백신 프로그램도 맥을 못추었습니다. 검색해서 치료할라치면 검사하다가 멈추곤했지요. 프로그램 실행은 왜 그리도 더딘지.... 그냥 더디기만해도 봐줄만할텐데 꼼짝않고 아무일도 안하는 거 보면서 참 많이도 답답했습니다. 언제부터 컴퓨터없이 못살게 되었는지, '오래된 미래'를 생각해봤습니다.

   며칠을 멈춰서곤하는 컴퓨터와 씨름하다, 큰 맘 먹고 'C:포맷, 윈도 재설치'에 들어갔습니다. 자료 백업하고 필수 프로그램 깔았습니다. 조금전에 작업완료! 컴퓨터가 달라졌습니다 ^^ 제 노릇하는 녀석, 앞으로 바이러스랑 친하게 지내지 말고 튼실하게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얼마전에 노트북 컴퓨터 한대 더 장만했습니다. 소시적엔 컴퓨터랑 안 친했는데 십여년전부터 깨달은 바 있어서 컴씨 집안 식구들을 잘 부리며 살고 있지요. 대학 시절엔 '전산개론' 레포트도 전산과 후배 도움없이는 제출하지 못할정도였건만, 지금은 잘도 갖고 놉니다. 집에 있는 데스크톱, 회사에서 쓰는 노트북도 모자라(?) 식구하나 더 들인 까닭은 '늘 들고 다니기'위해섭니다. 이유는 묻지 마시오소서~ㅋ

   어쨌든, 바이러스 '먹은' 컴퓨터 깔끔하게 정리한 뒤 책상이며 수첩에 너절하게 붙어있던 자료쪽을 정리했습니다. 버릴 거 버리고 챙길 거 남겨두었지요. 수첩 새에 끼어있던 신문 쪼가리도 '버릴 것'에 포함시켰습니다.

  지난 가을, 신문 훑다가 눈에 띈 한 마디. 지금보니 별 거 아닌데, 그때는 마음에 꽂혔더랍니다.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 옆과 뒤도 살펴가며 달리는 여유 가집시다'란 얘기. 흔해 빠진 말이지요. 당시 느낌을 돌이켜보니 '우리네 삶, 더도말고 덜도말고 가끔은 느릿하게....'란 생각이 들었더군요. '(인생을 악상기호로 풀어보면) 비바체, 프레스토, 모데라토로 살아도 어느 순간 안단테, 아다지오로 호흡 고르자'했던 거지요. 그런 생각을 해서일까요? 아무렇게나 찢어낸 신문 쪼가리, 그 테두리가 왠지 '예술'로 다가옵니다 ^^

  서유석이 노래한 '가는 세월'이 입가에 맴돕니다. 한밤이라 부르지는 않습니다. 깊은밤, 흐느적대듯 노래부르면 식구들이 놀랄테니까요. 네, 서유석이 노래했듯, 가는세월은 그 누구도 잡을 수 없습니다. 당연한 거지요. 다가오는 나날도 미리 끌어당길 수 없습니다. 이 또한 당연하지요. 가는 세월 잡지 말고, 오는 앞날 채근하지 말며 하루하루 '덜 후회하게'살려 합니다. '가버린 세월'보다 '다가올 앞날'이 제겐 적더군요. 그래서 더더욱....끝.